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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한국인 그리고 한국인과 베트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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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20-04-01 13:01 조회 35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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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에서 1년간 생활한 적이 있다. 그때 느낀 경험과 지금 드는 생각들을 몇가지 이야기하고 싶다.

1. 일본은 자신들의 문화, 그리고 역사에 자부심을 갖고있다. (하지만 제대로 모른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 자부심을 세워주고, 자부심을 깨주었던 서구 열강에 속한 국민들은 호의를 갖지만, 한때 먹잇감이었던 아시아인에게는 용맹함을 몸소 보여준다. 말그대로 강약약강이다. 그래서 서구 문물을 열심히 번역하고 배운 것과는 대조적으로, 약소국엔 딱히 관심을 갖지도 않고 알아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유흥거리, 관광거리, 아니면 사업 거래처 이상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약소국에서 자극적인 뉴스가 생기면 아 역시 이런 민족이구나 ~ 하고 고정관념을 갖는다. 

2. 경제 성장중인 한국은 일본과 을-갑 관계에 있었고, 이를 일본은 잘 알았다. 국가의 관료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도 이런 갑의 위치를 잘 인지했다. 이 우월감은 많은 것을 정당화했다. 우리(일본)가 A 해주니까 B 해도 되. 혹은 우리가 C 해주니까 D를 꼭 해야해. 예를 들어, 근대화시켜줬으니까, 우리 기술로 한국이 발전했으니까, 감사함을 갖지 않으면 안되. 이는 일본 내에서 결코 소수의 의견이 아니다. 이를 어기면 감히 너희따위가? 라는 반응이 뒤따른다. 아직도 일본 내엔 갑의 의식이 사라지지 않았다.

 교환학생 1년간 대체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굉장한 시간을 보냈다. 큰 차별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간간히 가벼운 차별을 겪을 때엔, 약간의 슬픔을 느끼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이것을 적는 이유는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최근 악화되고 있다고 들어서이다. 크고 작은 오해가 겹치고, (어쩌면 이해관계가 엮여있을 지도 모르지만)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보면서, 예전의 경험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덕에 먹고 사는 주제에 감사한줄 알아야지"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니까~" "베트남은 민족성이 어떻더라~" 라는 식의 댓글을 볼때마다, 일본인에게 무시당했던 한국인과 조선인이 떠오른다. 
 또한 베트남을 성적 유흥을 위한 여행지로 생각하고, 동남아를 똥남아로 비하했던 그런 한국어 게시물들을 한국어를 아는 베트남인들이 읽고 번역시켜서 베트남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것도 기억이 난다. 

 베트남측의 오해가 없었던것도, 잘못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치지 않는다. 다만 한 사건으로 국교를 단절할 정도로 대립의 각을 세울 필요가 없고,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쩌면 자극적인 몇가지 뉴스와 몇가지 개인의 의견에 너무 몰입해 있는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강한 나라와 그 국민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우나, 약한 나라와 그 국민에게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야말로 선진국의 국민으로서의 면모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영원한 강대국, 영원한 약소국은 없으니 한시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한시적인 우월감을 굳이 고집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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