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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카지노 입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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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2-08-0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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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처럼 공부만 하며 살다 꽤 괜찮은 대학에 들어가고, 또 휴학한번없이 졸업하자마자 취업해서 또 일만 주구장창 파다가

어느순간 손발이 드문드문 다 벗겨지는 희귀한 피부병이와서 사표를 내었다.

병원에서도 이유를 알수 없고, 다만 과도한 스트레스 인것 같다는 말에 

당장의 월세는 걱정되었지만 사표를 던지고 무작정 미국의 친구집으로 날라갔다. 

(나중에 다시 연락이와,다행히 회사에서는 삼개월만 쉬었다와라. 사표 수리는 안하겠다는 말에. 삼개월이면 휴식이 되겠다 생각했다.)


정확한 명칭도 동네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뉴욕에서 뉴저지로 넘어가서 드라이브웨이에서 뉴욕을 바라볼때의 그 황홀함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영화의 어떤 장면보다도 멋지고 아름답고. 이 장면을 내가 실제로 볼수 있어 행복했다. 라는 그때의 느낌때문에 나는

생각보다 꽤 오래 뉴저지에 머물게 되었다.


친구집에 머물면서 그동안 모은돈도 적지않아, 돈걱정이 없긴 했지만 심심풀이로 알바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친구의 친구로 부터 아는 사람의 집에서 간단한 집안 청소 및 스케줄 정리 등을 해주면 시급을 꽤나 잘 쳐준다는 말에

겁도 없이 오케이 하고(지금도 난 날 믿으라 하면 그냥 믿어버리는 스타일의 사람인데, 그런사람인거 치고는 나쁜사람을 아직 만나지못해 제대로 잘 살고있ㄷ...) , 다른의심이나 뭘 알아보거나 하는 절차도 없이, 그사람의 집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주식일을 하던 그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고, 돈도 많고, 뷰가 꽤나 좋은 넓은 집에서 살았다.

성격도 나름 나이스 해서 소위 나쁜짓이라고 할만한 일도 없었고 그저 매일 술, 노름...?? 나를 괴롭히는 일은 없었다.

미국에 머무는 잠시동안 몇십년만의 태풍이라는 것도 맞아보고 무더위도 맞아봤는데, 

나중일이지만, 금새 친해진 그분의 집에서 다같이 어울려 밤새워 술을 마시다 창가에 앉아 강건너 뉴욕의 높은 건물들을 바라보며 새벽을 맞이하던건 아직도 잊을수 없는 내인생의 명장면이다.


어쨌든 처음 며칠은  티끌하나 없이 깨끗해 보이는 그 집에서 청소기도 밀고 설거지도 하고 잡일을 했는데,

말했다시피 워낙 깨끗한 집이라 치워도 티가 안났고, 주로 하는일은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 한데 모아놓는 일이었는데, 

그분은 그렇게 동전이며 지폐며 그냥 바닥에 휙휙 던져놓기 일쑤여서 , 찾아서 모아놓으면 이런 성실한 아이를 봤나 하며 오히려 맛있는것도 사주고 .. 그랬던 기억이 난다.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

청소는 정말 .. 한 3일 했나... 

3일뒤쯤 그분이 주식창을 열어 보이며 내게 물었다 (집에는 모니터가 벽위에 여러대가 붙어있었다)

이게 십분내로 떨어질것 같은지 오를것 같은지를 .

주식이라는 게... 모지... 그 오랜기간 공부하고 회사일 하면서도 다른것엔 전혀 관심을 안두고 살았던 나기에 주식의 기본 흐름조차도 모를때였는데,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하라는 말에 , 떨어질것 같아요. 라고 말했고, 

그분은 바로 떨어지는거에 이천불을 걸고 십분뒤 자동 매매가 되게 걸어놓은 후 잠시 외출한다며 밖으로 나갔다.

한시간뒤쯤 온 그분은 주식창을 보더니 나덕에 몇천불을 벌었다며 외식을 하자고 데리고 나갔다. 으응? ..

그곳에서 오래 살아서 이미 시민권자인 그분은 찐맛집에 데려가 배를 채워준후,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결정적 한마디를 뱉어냈다.

-너, 카지노 가본적 있니?

-아뇨

-카드 해본적 없어?

-없어요

-해볼래?

-아니요  돈도 없지만 그런데 돈 시간 쓰기 싫어요

-그럼 구경만 해

-돈없어요

-너 시급이니까 가서 나 겜할동안 기다려주는것도 시급 쳐줄께

-가요


그렇게 카지노로 출발했다. 가는길에 은행에 들러 돈을 찾아온 꾸러미를 보여주며, 이게 만불이야. 한마디를 남기고. 사십여분을 달렸다.

처음타본 최고급승용차에 올라 창문을 열어 손을 내밀고 바람을 느끼며 , 내 미래가 얼마나 달라질지 알지도 모른채, 그저. 와 드라이브다~


여담이지만 미국의 드라이브는 차원이 다르다. 라고 나는 느꼈다.

길도 넓고. 여유롭고. 한적하고. 

아니, 미국의 드라이브가 다른게 아니라, 서울에서 나는 너무 각박하게 급하게 앞만보고 살았던게 아닐까 싶게,

천천히 흐른다. 물론 도시중심부의 삶은 또 다른것이겠지만, 

그곳에서 난 관광자로써, 오롯이 그안의 여유를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이유를 알수없던 피부병은 도착한지 며칠만에 나았고, 고질적으로 괴롭히던 허리디스크도 사라지고, 살도 적당히 올라 꽤 보기좋았던 나름 내 인생의 황금기 아니었을까.


카지노에 도착해 발렛을 하고 열어주는 문으로 내려서 안으로 들어서는데,

와 .. 이게 카지노구나.

뿅뿅거리는 기계음과 쉴새없이 쏟아내는 깨끗한 산소, 쾌적함, 그안의 젊은 사람 뿐아니라 꽤 나이지긋하신 분들도 지팡이 짚고 와서 슬롯 한번씩 돌리고 계시는..

은근 피곤했던 기분이 싹가시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다.


나를데리고 곧장 들어간 곳은 그 안에서도 VIP 룸. 

지금 생각해보면 VVIP 룸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VIP 룸도 나쁘진 않았다. 

미니멈 100불짜리 검은 칩., 25불짜리 녹색칩. 그리고 한 테이블마다 딜러한명에 매니저 한명. 플레이하는 사람은 없는 테이블도 있고 한테이블당 한명정도가 고작이었던 넓은 룸. 그안에서 그들은 장착된 친근한 미소로 동양인 둘을 맞아주었는데,

그분은 역시 단골손님인지라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꺼내든 만불을 모두 칩으로 바꾸어 쌓아놓고 시작한 그분의 게임은 , 역시 처음 들어본 생소한 단어. 바카라 였다.

-나 여기서 겜 하고 있을테니까 너 구경하고 싶음 구경하다 와,

-아뇨 그냥 구경할래요 돈없어요.

-넌 맨날 돈없다는 말밖에 못하냐. 자 이거가지고 해봐

건내주는 백불짜리 지폐를 들고 , 이거 너무 많아요 하자,

-시급에서 깔꺼야. ㅋㅋ 농담이고 그냥 여기까지 같이 와줬으니까, 너 재미로 놀아 다 써도 돼.

-네

네, 주는돈 마다 안합니다.

백불 들고 나는 아무 슬롯에 가서 앉았고, 넣어서 돌리자마자, 이게 왠걸.... 요란한 기계음이 나더니 

백불이 백이십불, 백오십불, 다시 오십불 줄고 늘기를 반복하다가 이백불이 될때 다시 돈으로 바꿨다.

뭐야. 돈벌기 왜이렇게 쉬어??????

초심자 행운인가.

백불을 이백불로 만들어 쫄레쫄레 다시 VIP 룸으로 가 옆자리에 앉으니, 너가 오늘의 행운인가 보다 하며 자리에 앉아 겜구경을 하게 했다.


그렇게 알게된 너란 놈 바카라..그후로도 지금까지 십여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 널 보면 설렌다. ㅋ


바카라는 딜러가 나누어준 카드를 플레이어와 뱅커로 두고, 두카드의 합이 큰쪽이 이기는 단순한(?) 게임이다.

카지노마다 약간씩 룰이 다르긴 하지만, 플레이어일땐 커미션을 떼지 않고 뱅커일땐 커미션을 떼가서 뱅커로만 베팅하면 플레이어로 계속 이길때보단 수익이 낮다.

그외에 몇가지 옵션, 두 합이 같은거에 배팅을 할수도 있고, 특정수가 나오는거에 베팅할수도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게임한지 꽤 오래되다 보니 기억만으로 적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단순한 게임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라는 생각을 그땐 했었다.

내가 바카라에 빠져빠져 아주 빠져들어 갖가지 영상을 돌려보고 나오는 패턴을 분석하고, 중국인들에게 배운대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게임을 하리라고는 그때의 나는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특히나 베팅이 낮은 판이 아닌 일정금액 이상이 돌아가는 게임이면 플레이어가 카드를 만질수 있는데,

그때 카드의 귀퉁이부터 쪼면서 열어볼때 쪼그라드는 심정이란...

간절히 바라면 카드 그림이 바뀐다! 라는 매직을 난 아직도 믿는다. 심지어 카드를 호호 불어 그림을 날려버릴수도 있다.

보기전까진 모르는거다. 원래 어떤 그림이었는지.! 

 

다시 돌아와서,

그렇게 난 옆에 앉아, 밤새도록 게임을 하는 그분을 보며 내게 조언을(?) 구할때마다

누가 이길지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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